안녕하십니까, 취한남자 입니다.
바(Bar)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가끔씩 듣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바카디 있어요?" "그 불 붙는 술 있어요?"
무슨 말인고 하니, 플레어 바나 클럽에서 본, 불을 붙여 묘기를 부리거나 하는 술을 말씀 하시더랍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술은 '바카디 151' 이라고 하는 '오버프루프 럼' 입니다.
오늘은, 해적들과 선원들이 사랑했던 술, 럼(rum)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뱃사람의 술
럼은 우리가 익히 들어 본 럼은 선원들의 노래에 자주 나오며, 뱃사람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17세기 초에 카리브를 중심으로 한 사탕수수 재배가 확산되자, 설탕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당밀'로 증류주를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특유의 달착지근한 향과 오묘한 맛이 있는 술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달한 맛을 기대하고 드시면 안됩니다.
고급 럼이라면 모를까, 칵테일 베이스로 자주 사용하는 저숙성 럼을 드신다면
입 안에 넣는 순간 폭발적인 도수감과 알콜내음, 뭔지모를 페인트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럼은 서인도제도로 말하는 캐리비안의 삼각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품목입니다.
쿠바, 자메이카등 사탕수수를 생산하는 국가 대부분에서 럼을 생산했으며, 저렴한 가격의 고도수를 얻을 수 있는 술 이었습니다.
이런 배경과 뱃사람의 술 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당시엔 장기간 항해를 하기에, 물이 썩어 식수가 부족했습니다.
또한, 고단한 항해를 견뎌야 하기에 선원과 해적들은 독한 술을 선호했으며
썩지 않는 고도수의 증류주 중,남아도는 당밀로 만드는, 가장 구하기 쉬운 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럼은 영국 해군에겐 중요한 보급품중 하나였습니다.
도수가 높은 럼을 지급해 수병들이 쉽게 취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라임과 레몬, 설탕과 물, 박하 등을 배합해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라임즙은 그냥 먹기에 너무 시고, 어린아이들이나 먹이는 과일이라는 인식이 있던 당시에
괴혈병을 방지할 수도 있게 배합된 음료를 지급했고, 우리가 아는 여러종류 칵테일들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또, 이런 영국 해군들을 '라이미'라고도 불렀다고도 합니다.
분류
럼의 종류는 숙성기간과 만드는 방법에 따라 헤비 럼, 미디움 럼, 라이트 럼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색에 따른 분류인 다크 럼, 골드 럼, 화이트 럼으로도 분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색소를 첨가해 색을 내고, 이를 다크 럼(블랙 럼)이라 하는 경우도 있어, 둘을 같은 분류로 보지 않는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쉬운 브랜드로는 바카디, 하바나클럽, 플렌테이션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헤비 럼은 위스키와 같은, 속을 태운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경우가 많고
숙성기간도 장기간 숙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메라라, 자메이카의 럼이 대표적이며 단식 증류기(위스키 알아보기 포스팅 참조)를 사용합니다.
때문에 색도 가장 짙고, 맛과 향도 진한 럼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디움 럼은 라이트와 헤비의 사이쯤 되는 색을 띄웁니다.
연속식 증류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라이트 럼과 다크 럼을 섞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크통 숙성을 합니다.
다크 럼에 비해 가벼운 맛과 향을 지니며, 바베이도스 럼 정도가 있습니다.
라이트 럼은 쿠바로 대표되는 스타일이며
오크통에 숙성시키지 않고,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색이 투명한 무색에 가까우며, 가장 가벼운 맛과 향을 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칵테일 기주로 가장 선호되는 럼입니다.
이 외에도 럼은 그 제조법이나 숙성에 대한 규제가 적어, 여러가지 바리에이션이 있습니다.
맨 처음 말씀 드린 바카디 151로 대표되는, 알코올 도수를 끌어올린 오버프루프 럼이 있고
과일향을 첨가한, 말리부로 대표되는 플레이버드 럼이 있습니다.
또, 향신료를 첨가한 스파이스드 럼도 존재합니다.
럼은 인류사에도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겐 재앙이 되기도 하고
쿠바의 독립을 이끌기도 했으며
미국 금주법 시대엔 알 카포네의 중요한 밀주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역사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은 다른 포스팅에서 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